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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권이 검찰개혁에 성공하려면 덧글 0 | 조회 88 | 2020-12-03 17:40:58
하마라니  

추미애 법무장관이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을 다시 한 번 강하게 비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논란과 관련해 무소불위 권력의 검찰이 이제 민주적 통제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척간두에서 살 떨리는 무서움과 공포를 느끼지만 검찰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전진하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란 비아냥거림이 나올 만큼 민주화 이후에도 검찰은 오히려 권한을 강화하며 막강한 권력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누려왔다. 추 장관이 새삼 상기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 논란 때도 국민들은 한편으로 실망감을 느끼되 검찰수사 역시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하며 검찰개혁을 일관되게 지지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승을 몰아준 것도 그 배경에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로 촉발된 최근 상황은 이와 다르고, 여론 역시 싸늘하다. 추장관은 윤 총장 직무배제조치를 민주적 통제라 주장하지만 다수 국민은 월성원전 수사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각한다.

여권은 월성원전문제를 통치행위에 속한다며 검찰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책판단의 근거가 되는 보고서를 파기하고,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통치행위라 우긴다고 누가 수긍하겠는가 이를 통치행위로 인정하게 되면 대통령선거에서 공약한 모든 정책의 집행은 법규를 초월해 집행할 수 있고, 이번처럼 정책관련 자료와 통계를 조작하거나 파기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여권의 논리는 억지로 비춰지고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윤총장을 무리해서 잘랐다고 국민은 보고 있다. 정세균총리가 검찰총장 직무정지 결정 다음 날 산업부를 찾아 원전서류 파기 관련 공무원들에게 '고생 많았다'며 격려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개혁을 하려면 명분이 중요하다. 그래야 여론의 힘을 얻어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 원전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을 억지로 쫓아내는 모양새, 여기에 반발하는 검찰에게 민주적 통제마저 거부한다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합리적인 사고로는 동조하기 어렵다. 자칫 검찰개혁의 명분까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추장관은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이 개혁돼야 할 것들로 '인권침해', '제 식구 감싸기', '편파적인 검찰권 행사' 등을 열거했다. 정말 중요한 것이 하나 빠졌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수사'다. 검찰 권력이 지금처럼 비대해지고, 기득권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은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며 정치권력과 결탁해 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검찰의 또 다른 이름, '정치검찰'은 그렇게 해서 얻게 된 부끄러운 꼬리표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무의미하다. 같은 맥락에서 감사 자료를 토대로 검찰이 월성원전 관련 수사를 하는 데 대해 문제 삼는다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여권의 자기모순이다. 검찰수사를 인정해야 하고 수사 의도가 무엇인지는 그 다음 문제다.

여권이 절대과반의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이번에도 검찰개혁이 실패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 개혁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출발이 군 개혁이라면 권위적 권력기관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검찰개혁은 그 완성이라 할 수 있다. 군 개혁을 통해 군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 거처럼 검찰은 권력의 향유자가 아니라 인권과 법질서의 공정한 수호자로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수사권을 갖고 있는 조직의 특성상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명분과 함께 도덕성이 중요하다. 개혁이 정권의 허물을 덮거나 임기 후 보복을 막기 위한 포장으로 비춰진다면 곤란하다.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막강 검찰을 상대하면서 사소한 빌미로도 역공을 맞을 수 있다. 권력의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명분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총장임기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명백한 하자가 없는 한 보장하는 것이 맞다. 월성원전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총장을 밀어낸다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여권이 동원할 수 있는 권한도 막강하고, 법원의 판단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힘센 검찰도 일방적으로 수사를 끌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사람은 다 안다. 여권은 잘못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은 임기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설령 지금 뭉개고 넘어갈 수 있다 해도 의혹으로 남아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또한 여권은 검찰과 소모적인 싸움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추장관이 검찰총장과 감정싸움,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양새는 보는 사람이 답답하다. 검찰의 권한도 강하지만 여권의 권한은 훨씬 더 막강하다. 여권이 가용할 수 있는 권한과 정치력을 발휘해 공수처 출범과 수사권의 합리적 조정 등 검찰제도개선을 묵묵히 추진해 가면 되고, 그것이 답이다.

검찰총장 직무배제에서 느끼는 국민인식은 여권의 오만과 자기모순이다. 여론조사에서 여야의 뒤바뀐 지지율이 이를 말해준다. 검찰개혁에 성공하기 위해 여권은 '원칙과 정도'를 다시 한 번 새겨 볼 시점이다.

[CBS노컷뉴스 감일근 논설위원] stepha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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